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

오늘 고객센터로부터 제가 만든 스튜디오맵을 삭제해주시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제 마음 편히 넥슨을 떠납니다.

그동안 함께 CSO 를 즐겨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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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카스 유저 여러분.

저는 얼마 전까지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을 즐겨오던 유저입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이하 CSO) 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게임을 즐기며 어느덧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게시판에 글을 쓰는 건 처음이네요.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즐겨온 게임인 CSO 를 이제 탈퇴하려 합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자체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지만 넥슨에서 운영하는 CSO 운영진의 응대를 겪어 보니 너무 큰 배신감이 들어서 넥슨 버전의 CSO 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버렸거든요.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평소 업무에 Macro Express 나 GMacro 등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자주 사용하던 저는 종종 매크로 프로그램이 트레이로 숨어버리거나 했을 때 깜빡 잊고 그대로 CSO 를 실행하고는 했는데요, 그럴때마다 CSO 의 해킹방어툴(?) 이 매크로 프로그램이 실행된 상태임을 알려주며 CSO 를 강제 종료해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끄고 다시 CSO 를 실행하고는 했습니다.

지난 2017.12.06 에도 여느 때와 같이 스튜디오 맵을 즐기려고 CSO 를 실행하고 제가 만든 스튜디오맵을 수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정상적인 게임 기록이 확인되어 임시 차단되었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출력되면서 게임이 종료되더군요.

순간 "뭐지? 오류인가?" 하는 생각에 CSO 를 다시 실행했지만 동일한 메시지가 나타나면서 또 CSO 가 종료되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CSO 실행 직전에 GMacro 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종료했었는데 아마도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종료되지 않고 램에 상주하고 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래서 PC 를 리부팅 후 CSO 를 실행했는데도 동일한 메시지가 나타나기에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고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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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카스온라인 이용이 가능하지 않아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카서님께서는 비정상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하신 기록이 확인되어 현재 카스온라인 임시 차단이 적용된 상태입니다.

▶ 파일 경로 [D:\]

임시 차단은 정상적인 게임 진행 여부를 판단하며, 2016/10/24(월)부터 적용되었습니다.

▶ 정상 이용 여부 확인 후 제재 여부가 결정됩니다.

▶ 정상 이용 여부 확인 시일은 안내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임시 차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공지를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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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게임에서 악용하려고 매크로를 사용한 게 아니고 CSO 실행 전에 매크로를 종료했는데 오류가 있어서 그랬던 거 같다" 는 내용의 글을 작성하여 재차 문의를 하였으나 1차 답변과 유사한 내용의 답변을 받았고, 이렇게 고의가 아닌 실수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유저에게 기약 없는 임시 차단은 너무 심한 조치 아니냐는 취지의 글을 다시 보냈으나 들려오는 답은 메아리 같이 똑같은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해 총 5회의 질문을 하게 되었으며 그 내용은 글자수로 8,355 자가 되는 긴 글이었습니다.

지난 2주간 많은 글이 오고 갔지만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은 내용입니다.

-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이 게임에서는 불법일 수 있지만, 게임이 아닌 곳에서는 여러 가지 작업을 도와주는 매우 유용하고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 이런 매크로를 CSO 에서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처음으로 CSO 를 플레이하는 사람은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아야 하는지? CSO 를 최초로 플레이하기 전에 모든 약관과 공지사항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인지?

- 세상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게임에서 매크로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로 매크로를 사용하더라도 그건 불법이니 사용하지 말고 다음에 또 사용하면 제재를 당할 수 있다는 안내를 먼저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 게임을 안 하는 사람은 게임에서 매크로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데도 CSO 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그 불법 프로그램의 이름을 모두 알려달라. 그래야 순수하게 처음으로 CSO 를 즐기는 유저들이 '범법자' 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

- 이런 식으로 제대로 된 안내도 없이 무조건 차단하고 제재를 가한다면 이 규정은 CSO 신규 유저의 진입을 막는 악법이 될 것이다.

- 그렇기 때문에 인게임 초기화면이나 웹사이트의 잘 보이는 곳에 CSO 에서 사용하면 안 되는 불법프로그램의 유형에 대해 안내해야 한다.

그러나 CSO 고객센터의 답변은 똑같았습니다.

"매크로 사용은 실수라고 해도 무조건 운영정책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악용을 막기 위해 불법으로 규정한 프로그램의 이름을 알려줄 수 없다."

"단 한 번이라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90일 제재를 가한다"

즉, "불법으로 규정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는 알려줄 수 없지만 당신이 운 나쁘게 그 프로그램을 사용한 상태에서 CSO 를 실행했다면 즉시 제재를 가하겠다. 그게 정상적인 소프트웨어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불법으로 규정하면 불법이다" 이런 정책을 고수한다는 것인데 불법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도 않고 그걸 사용하면 제재를 가한다니 이 무슨 어불성설일까요.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합니다.

매크로가 게임에서 불법이라는 사실은 사회적인 상식이 아닙니다.

게임을 오래 즐겨온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겠지만 게임을 많이 하지 않은 사람들은 전혀 상상도 못 할 황당한 규정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때리는 게 죄가 된다는 사실처럼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예를 들어, PC방이나 도서관의 공용PC 등에서 앞사람이 사용했던 매크로 프로그램이 트레이에 숨어 있다는 걸 모르고 다른 사람이 CSO 를 실행했다면 이 사람은 넥슨이 규정한 "범법자" 가 되는 것일까요?

이런 허점에 대해서도 고객센터에 문의했었는데 지금 공지사항을 보니 전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내용이 들어가 있네요.

임시차단을 당하고 3일 정도 접속을 못하니까 참 신기하게도 CSO 에 대한 모든 흥미가 사라지더군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즐겨왔었는데 이렇게 단번에 흥미가 사라진다는 건 이미 전부터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인식을 못하고 나도 모르게 의무감처럼 매일 접속을 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게시판에 올라오는 "섭종, 망겜" 등의 단어를 보며 "내가 얼마나 오래 즐겨오며 정이 든 게임인데, 지금 유일하게 즐기고 있는 게임인데 이게 왜 없어져!"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멀지 않은 서비스 종료를 예감하며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어제 90일 제재가 공지되기 전에 이미 CSO 를 탈퇴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만 탈퇴 전에 마지막으로 유저 여러분들과 제가 만든 스튜디오맵을 플레이해보고 아이템과 마일리지를 모두 나누어 드리고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90일 제재를 받게 되어 불가능하게 되었네요.

이벤트를 통해 운 좋게 블루발샷과 골드매그넘드릴을 획득했을 때 정말 너무나 기뻤고, 모든 아이템을 털어서 만든 마일리지로 경매에서 힘들게 구매했던 매그넘드릴을 처음 써 본 날은 아이처럼 신이 났었습니다.

그런 매그넘드릴을 +6 으로 만들었을 때는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성취감도 느꼈었구요.

하지만 이제 이런 것들은 모두 추억이 되겠지요

어제 마지막으로 고객센터에 메일을 보내서 제가 만든 스튜디오맵을 모두 삭제해줄 수 있냐고 문의했는데 그 답을 듣고 CSO 아이디를 완전히 삭제하려고 합니다.

아마 오늘 오후쯤이면 답이 오겠지요.

여러분은 CSO 에 어떤 추억이 있으신지요? 가끔 '원로' 훈장을 갖고 계신 유저분을 보게 되면 "아.. 저분도 나만큼 CSO 에 추억이 많으시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었습니다.

예전에는 CSO 를 함께 즐기던 친구도 참 많았는데 다들 먹고 살기 바쁘고 하다 보니 하나둘씩 CSO 를 떠나고 지금은 저 혼자 남았네요.

이제 그런 저도 CSO 를 떠나고자 합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아이템과 마일리지를 나누어 드리지 못하고 떠다는 건 조금 아쉽네요.

그럼, 모쪼록 다들 건승하시고 오늘도 내일도 행복하시기를 기원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7.12.21 새벽에, CSO 를 사랑했던 한 아저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