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River Flows In You
2013년 6월 14일.
나는 오후 9시경에 어느 한 방에 들어갔다.
그것이 나에게 의미가 될 방일지는 이때는 결코 몰랐다.
방제는 [비번558558] 이었는데,
나는 이때, 방이 없다기보다는 사람이 적은 방을 찾고 있었고ㅡ랙이 심한 PC여서
그냥 봇 방이 있길래, 혼자 하시는 방장을 보고 좀 놀다갈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봇 오리지널인줄 알고만 들어갔던 방은 봇 팀데스매치 방이었고,
심지어 봇은 인원수가 맞춰져서 밸런스가 유지되고 있었다.
처음엔 물론 '아 뭐야' 라고 짜증내며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방장이 혼자서 방 설정을 400킬로 맞춰두고 혼자서 봇을ㅡ그것도 한명을 상대했을 것이다
잡는 것을 떠올리니, 가슴이 아팠다.
방 설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안되겠다. 싶었다.
1시간 가까운 제한시간에서 40여분이 경과해 있었다...
같은 팀원끼리 하면 금방이지만, 혼자서 즐기기엔 너무나도, 무척이나 긴 시간..
아무것도 모르는 이 유저는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봇과 힘든 사투를 벌였던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않는.. 아무도 들르지않는 공간..
그는 오랜 시간동안 유저를 못만나왔던 모양인지,
내가 말을 걸자 선뜻 대답을 해왔고,
나는 내가 가진 그나마 나은 무기들을 그에게 선사했다.
그는 볼케이노를 특히 좋아했다.
나는 더없이 반가웠다.
내가 가진 무기 중에서,
그나마, 의미있게 사용할 무기가 늘어났다.
다시 봐도 암울할 정도로 긴 400킬이 달성해야만 종료되는 방.
나는 그를 위해서라면 몇번이고 죽어서 볼케이노를 그의 손에 쥐어줄 생각이었다.
나는 한동안 쭉 그와 함께하며 이야기를 계속 할 생각이었고, 그렇게 행동했다.
그는 총을 받을때마다, 어떤 무기든간에 무조건 감사하다는 말을 나에게 꼭 전했다.
나를 생각코 한말은 아닌것 같지만, 나는 묘한 안타까움과 안쓰러운 감정이 교차했다....
이때 나는 확신했다.
나의 볼케이노는 드디어,
드디어,
이제야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났다고.
이봐, 파트너.
오늘 하루동안만큼은 그분이 너의 주인이셔.
부디, 의미있는 일에 쓰이길 바랄게.
USP를 가진 그에게 인피니티를 주었다.
그는 한동안 인피니티를 두손에 쥐어들고 종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는 게임을 끝을 맺으며, 방에서 나갈때 마지막 말로ㅡ 고맙다고 했다.
내가 방에 들어와서 나갈때까지 수십번 들었던 그 말.
다른 유저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인데도ㅡ
끝으로 마지막 스크린샷을 찍지 못했는데,
그는 마지막에 나의 요청에 따라 방에서 같이 나왔다.
홀로 길고 긴 시간을 봇과 단둘이서 보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저려왔다...
그런데, 내가 아직도 찾지 못한 무수히 많은 뉴비 유저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홀로, 캐시아이템이나 친구와 동행하지 않고 홀로 싸우는 유저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들을 한없이 챙겨주는 일은 고되다.
그리고 나 혼자서는 실현할 수 없다는것도 안다.
하지만 이렇게 나 한사람이ㅡ유저 한명 한명 볼때마다 챙겨주지는 못한다하더라도
멀어져가려 하면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고
그들의 손을 붙잡아 올라오는 것을 도와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들이 당신의 손을 기다리는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나는 먼저 손을 뻗어 그들의 손을 움켜잡고 일으켜세워주겠다.
이런 뉴비 유저들이 하나 둘 모여
나중에 성장해서 카온에 뿌리를 내리고 원로 유저로 자리를 잡으면,
그들도 이렇게 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우리 원로들이 해야할 일은,
게임상에서 부심을 부릴 일이 아니라,
새로 들어온 다른 유저들의 손을 이끌어,
당당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우리의 다음세대를 이어갈 유저를 이끌어가는 일,
그것이ㅡ원로의 진정한 의미이자, 일생의 목표이다.
이 글을 [영웅황인성],
그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