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애인입니다
저는 다리가 불편합니다
군대에서 훈련을 뛰던 중 불의의 사고로 한쪽 발목이 약간 불편합니다
다행히도 저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겉보기에는 정상인처럼 보이고, 아픈 몸으로도 끝까지 군생활을 마친 다른 장병들이 군대의 열악한 환경과 낙후된 복지를 한탄할 때,
저는 그나마 국가유공자의 신분은 건졌습니다
배부른 투정이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시겠습니다
배부른 투정이 맞는 것 같습니다
크게 다쳤다고는 하지만, 완치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도록 치료가 되었고,
그만큼 부대에서 나에게 신경을 써주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절뚝거리지도 않고, 오랜 시간이 아니라면 걷고 뛰는데 큰 무리를 못느끼고, 긴 바지를 입고 흉터만 감춘다면 누가 봐도
감쪽같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았습니다
군대 자체 내부규정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습니다
어차피 훈련중이라고는 하나, 결국 다친 것은 내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처음에 다쳤을 때, 그 빌어먹을 군의관 나부랭이가 오진을 내리지만 않았더라면..터진
근육을 1년 가까이 방치해두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랬더라면 저도 남들처럼 수영도 하고 축구도 하고 그러면서
지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입니다
그래도 국가를 위해 2년을 봉사했다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 상한 몸에 대한 보상을 해줬다는 것!
이것으로 군대에 대한 앙금을 모두 풀고, 제대를 하여 사회로 나왔습니다[치료기간이 좀 길어서 치료를 받다보니
제대날짜가 오길래 만기제대로 처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역시 장애우에게 만만한 곳이 아니더군요
제가 국가유공자이다 보니 몇가지 혜택이 주어지는데, 그중 하나가 시내버스 무임승차입니다
유공자증서 을 기사님께 보여주면 따로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건데, 이것을 보여줄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저를 냉랭하게 쳐다봅니다
최대한 당당하게 보이려고 당당하게 걸어가기, 다리가 아파도 참고 일부러 서있기와 같은 허세를 부려**만,
사실은 사람들의 시선이 정말 두렵습니다
그래도 버스는 정말 약과입니다
사실 제 나이가 23밖에 안되다보니 아무리 다리가 불편하더라도 전철에서 노약자석에 앉는 것은 꿈도 꾸지 않습니다
저보다 더 거동이 불편하신[일단 저는 짧은 시간이나마 걷고 뛰는건 할 수 있습니다..비록 잠깐이지만..]
분들이 계실지도 모를 일이고,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꼭 **취급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장애인석은 웬지 꺼려집니다
하지만 한달쯤 전, 전철을 타다가 욕을 먹은 이후로 노약자석 뿐만 아니라 전철이 그냥 꺼려집니다
제가 전철에서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40대 중후반쯤 되신 아주머님께서 오시더니 제 앞에 서 계시는 겁니다
그리고는 저는 졸지에 가정교육 제대로 못받은 ****이 되어버렸습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 싸x지가 없다..어른이 앞에 서 있는데 딴청피우고 계속 앉아있는다..라고 하시더군요
아무리 봐도 저를 타겟으로 한 말씀입니다
그래서 죄송한데 제가 다리가 좀 많이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라고 하자마자 바로 욕설이 날아옵니다
제가 사투리를 잘 못 알아들어서 무슨 말인지는 거의 못알아들었지만 가정교육이라는 단어는 똑똑히 들었습니다
이런건 판에서나 봤던 것이지 실제로 나한테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결국 유공자증을 보여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겉보기엔 멀쩡하다면서 막무가내이십니다
결국 중간에 내리고 다음 전철을 타고 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전철보다는 최대한 시외버스나 KTX 또는 자가용을 이용하고 다닙니다
불편한건 비단 교통수단 뿐만이 아닙니다
장애인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하면 꼭 다른 사람들이 와서 한마디씩 하고 갑니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왜 여기에 주차를 하냐면서 빼라고 합니다
한두번이야 웃으며 무마하겠지만 반복되다보니 서서히 지쳐갑니다
차량에 엄연히 장애인주차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저는 패륜남이 되어갑니다
재활때문에 복학을 할 수가 없어서 1년을 휴학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재활을 핑계로 쉰다고 하기에 자존심이 상해서 그냥 편입을 위해 공부하려고 쉰다고 해둡니다
[물론 편입은 할겁니다.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인간관계도 멀어졌습니다
아프기 전에는 그렇게 자주 만나고 잘 놀던 친구들이 어느샌가 하나 둘 사라집니다
뭐..같이 놀자고 해도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 제가 부담스러운 거겠지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이젠 아무리 내가 힘들어도 끝까지 함께해준..아플땐 문병와주고 기쁠땐 함께 기뻐해주고 슬플땐
나보다 더 슬퍼해주는..정말 목숨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만한 친구 몇명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했다 하면 저부터 챙겨주는 친구들에게 항상 미안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들 마저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생각때문에 차마 연락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우정뿐 아니라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달가량을 사귄 여자친구는 제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자마자 이별을 통보합니다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또다른 만남을 갖게 된 여성분은 제 차가 장애인전용석에 있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묻더니,
역시나 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마자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가족에게 못난 저 때문에 1년 가까이 걱정만 끼쳤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척 일부러 크게 웃고, 농담을 하고, 오히려 더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은 점점 메말라갑니다
이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습니다
결국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컴퓨터에 매달립니다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나요?
제가 딱 그 꼴인 것 같습니다
딱히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는것도, 하다못해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습관처럼 오늘도 비락식혜를 마시며 컴퓨터를 켜네요
비락식혜는 너무 맛잇는거 같아요
비락식혜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무방부제, 무색소, 무사카린으로 전통식품의 맥을 잇는 대표적인 우리나라 음료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참!! 드시기 전엔 꼭 흔들어 드시구요
혹시 불편한 점이나 기타 문의사항은
야쿠르트 고객상담실 02-54x-52xx로 전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