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쓴다 쓴다 하던게 귀차니즘에 시달리다보니 이제야 포스팅합니다.
사실 애들 하는 얘기 갖고 뭐하러 포스팅까지 하나 싶은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해보고 싶어서.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FPS 게임 중에 '서든 어택(Sudden Attack)'이 있다는 건 다들 아시는 얘기.
거기에 나오는 저격총 중 TRG-21이 게임상 성능도 좋고 외관도 멋있어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어째 게임에 나오는 TRG-21이란게 좀 요상하게 생겼스빈다.
우선 게임의 상점 메뉴 및 공식 홈페이지 무기 소개란에 올라온 TRG-21의 섬네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게임상에서 표현되는 TRG-21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점상 총의 전체 모습이 잡히지 않아 정확한 실루엣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땅에 떨어진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섬네일과 게임상의 그래픽이 차이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섬네일의 총은 실제 TRG-21(정확히 말하자면 개량형인 TRG-22)이 맞지만, 정작 게임 플레이 중에
나오는 총은 TRG-21이 아니라 영국 AI(Accurate International)사에서 개발한 AW(Arctic Warfare)입니다.
기본형인 'AW' 모델. 이 외에도 AWS, AWP, AWM 등 여러가지 바리에이션이 존재합니다.
서든어택에는 이렇게 게임에서 표현되는 그래픽과 총의 이름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마 명칭 사용에 관한 라이센스 취득 문제가 아닌가 짐작됩니다. 다만 섬네일과 게임상 그래픽까지 차이나는
경우는 TRG-21 뿐입니다. 요즘 보니 TRG-21 Camo라는 총이 추가되어 있던데, 그 총의 섬네일은 AW를 비교적
제대로 표현하고 있더군요.
당초 영국군은 1980년대 초반 신형 저격총으로 AI의 PM(Precision Marksman)을 L96이란 이름으로 채용하였습니다.
이후 PM을 일부 개수한 AW가 발매되었고, 영국군은 이를 L96A1이란 이름으로 채용합니다.
영국군의 L96(혹은 PM). 개머리판의 형상과 양각대 위치가 AW와 다소 다릅니다.
게임에서 묘사된 총의 모델링이 그리 섬세하지 않아, AW의 여러 모델 중 정확히 어느 것을 본뜬 것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꼽으라면 아마 이게 아닐까 싶네요.
경찰용 모델인 AWP(P는 Police의 약자). 기본형 AW와 달리, 보다 짧은 24인치(609mm)의 헤비배럴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간혹 L96A1과 AW, M700 AICS가 혼동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M700 AICS는 미국제 볼트액션 소총인
레밍턴 M700에 AI에서 발매한 AICS(Accuracy International Chassis System)라는 개조키트를 적용한 것을
두고 부르는 이름입니다. 워낙 AW의 스토크가 독특하게 생겼기 때문에, M700 AICS와 AW를 얼른 보고 구분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구요(물론 리시버 부위를 자세히 보면 구분할 수 있기야 하겠습니다만).
레밍턴 M700 기본형.
M700 AICS. 장전손잡이 및 상부 리시버가 AW와 다소 다르게 생겼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TRG-21이란 무엇일까요? 어디서는 그런 총은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TRG-21은 분명히 실존하는 총입니다.
TRG-21.
TRG-21은 핀란드의 Sako라는 메이커에서 1989년에 발매한 정밀사격용 소총입니다.
7.62mm NATO탄(.308 winchester)을 사용하는 TRG-21과, .338 라푸아 매그넘탄을 사용하는
TRG-41이 같이 발매되었습니다.
90년대 말에 TRG-21/41은 한 차례 마이너 체인지를 거칩니다. 소염기와 개머리판 디자인이 바뀌고 내부구조
일부를 개선하여 보다 군용 저격총에 걸맞게 바뀌었는데, 이 개량형을 TRG-22/42라 부릅니다.
TRG-22. 제일 위에 올린 서든어택 홈페이지의 섬네일과 똑같죠?
TRG-42. 스토크나 총열 색깔 등의 사양은 주문자 요구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Sako 홈페이지에서는 각각 4가지 사양을 기본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재 TRG-21은 매우 우수한 저격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숙련된 사수가 사격할 경우
0.5 MOA 이하의 명중률을 충분히 기록할 수 있으며, AW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에서는 어디서 유래했는지 몰라도 TRG-21이 무척 '구린 총'이라는 의견이 대세입니다만.....글쎄요:)
위키피디아에서 소개하고 있는 TRG 시리즈의 사용국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ㅇ국방군/준군사단체
- 체코군 : TRG-22
- 덴마크군 : TRG-42(접절식 개머리판 채용)
- 에스토니아군 특수부대 및 수색대: TRG-42
- 핀란드군 : TRG-42(8.6 TKIV 2000이란 이름으로 제식채용)
- 이탈리아군 : TRG-21/42
- 네덜란드군 특수부대 KCT : TRG-41
- 폴란드군 제 1 특수 코만도 연대 : TRG-21/22
- 스페인군 : TRG-22/42
- 스위스군 : TRG-42
- 터키군 : TRG-42
- 짐바브웨군
ㅇ경찰/치안유지 부대
- 알바니아 경찰특공대 RENEA : TRG-22/42
- 벨기에 경찰특공대 DSU : TRG-21
- 핀란드 경찰특공대 Osasto Karhu : TRG-21/42
- 그리스 경찰 대테러부대 EKAM : TRG-41
- 라트비아 경찰
- 폴란드 : TRG-22
- 러시아 내무부 특별 신속대응부대 SOBR : TRG-42
- 세르비아 헌병특공대 '코브라' : TRG-21
- 스페인 경찰특공대 GEO : TRG-21/41
- 스웨덴 경찰
- 스위스 경찰
다른 건 몰라도 이 많은 부대들이 쓰고 있는 총을 '똥총'으로 결론내릴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일지 무척 궁금할 따름입니다.
TRG-21은 원래 사냥총이지 군용/경찰용에는 걸맞지 않다라는 얘기도 있는데, TRG의 사냥용 버전은
TRG-S M995라고 하며 TRG-21보다 나중에 나온 별개의 모델입니다.
스코프가 없는 TRG-S의 모습. 스토크도 많이 다르고, TRG-21과 달리 별도의 탄피배출구가 없이 리시버 상부가 개방된
형태입니다. 마치 베레타 M92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여하간 Sako는 머나먼 동쪽의 이국땅에서 자사의 주력 라인업이 맘대로 창씨개명 당하고 평가절하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면
과연 뭐라고 생각할까요? 물론 대단한 신경을 쓰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자료 및 사진출처
<U>http://www.wikipedia.org</U><U>http://world.guns.ru</U><U>http:www.sako.fi</U><U>http://www.onlineavcilik.com/</U><U>http://suddenattack.netmarble.net/</U><U>http://www.ketmer.com/ai</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