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온라인 아쎄이시절
실무배치 받자마자 확정 지급까지 질러 에픽 Flex를 강요당한다.
카스온라인 아쎄이들의 악기를 키우는 전통이다.
실무배치받고나서 월급을 적금할 기회조차 없이 확정지급까지 질렀다
확정지급까지 가던 도중에 떠도 뽑아야했다. 한도초과까지 가는건 다반사였다.
철모르던 아쎄이 시절 나도 디바인 블래스터를 위해 90만원을 녹였다.
이벤트로 얻는 조각으로 뽑는다면 너는 진짜 카서가 아니라는 선임 유저들의 이야기 때문.
쓰지도 않을 기간제 무기를 허겁지겁 계속 삼키며 해독기를 까느라
인벤토리가 막혀 숨도 쉬기 어려웠다.
그렇게 70만원치를 까면서 쌓여가는 쓰잘데기 없는 잡템들이 인벤토리 밖으로 삐져나올려는 순간
억지로 삼킨 무기들이 인벤토리에서 넘쳐버렸다.
잡템이 역류하고 손으로 잡을 틈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얼굴이 벌게져서 있는데
황근출 해병님이 호랑이처럼 블루스톰으로 날라와 내 가슴팍을 걷어차고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당연히 입에 머금고 손에 어거지로 들고 있던 잡템들은 바닥에 뿜어졌다
나는 그날 황근출 해병님께 반불구가 되도록 점수셔틀을 했다.
공방이 끝나고
황근출 해병님이 바닥에 떨어진 잡템을 가리키며 말했다.
"악으로 먹어라"
"니가 선택해서 뽑은 템이다. 악으로 먹어라."
나는 공포에 질려서 무슨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잡템들을 주워먹었고
황근출 해병님의 감독 하에 남은 선임 유저들의 1티어 파츠까지
입으로 삼켰다.
뉴비가 귀엽다면서 나에 입에 뽀뽀까지 하는
선임 해병도 있었다
그날 밤에 황근출 해병님이 나를 불렀다
담배 두 개를 물고 불을 붙여 한 개비를 건네주며 말했다.
"바닥에 흘린 니 잡템을 아무도 대신 치워주지 않는다.
여기는 너희 집이 아니다. 아무도 니 실수를 묵인하고 넘어가주지 않는다.
여기 카스온라인에서 뿐만이 아니다. 사회가 그렇다.
아무도 니가 흘린 잡템을 대신 치우고 써주지 않아.
그래서 무슨일이 있어도 도태되지 않도록 악으로 깡으로 이악물고 현질하는거고,
너를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 그래서 다시 먹으라 한거다."
"명심해라. 카스온라인 유저는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그날 나는 소주를 먹지 않고도 취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난 그날 선임들에게 해독기를 까드리며 카온 정신을 배웠고 카온 정신에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