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논술 > 과학기술의 발전과 생물다양성
(가) 바이오 연료가 새로운 연료로 떠오르고 있다
봄에만 걱정하던 황사와 미세먼지가 시기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대기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15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미세먼지 특별법)이 전면 시행되고, 서울을 비롯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순차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세먼지 특별법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자동차 운행제한을 통해 대기 환경을 조금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동참이 중요하지만, 생활필수품이자 개인소유물인 자동차 운행을 법으로 무조건 막거나 제한을 두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학과 법학이 아닌 과학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하여 '바이오 연료’
석유, 석탄과 같은 에너지 자원의 매장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식물은 이러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이다. 그 예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 있다. 바이오 에탄올은 식물의 광합성 결과 만들어지는 양분을 이용한다. 사탕수수, 옥수수, 감자 등을 잘 씻은 후에 발효시키면 식물에 포함된 녹말이나 설탕이 발효되어 에탄올이 생성된다. 이와 같이 만들어진 에탄올은 가솔린과 섞어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바이오 연료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 사용되고,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양분으로 바뀌고 이렇게 바뀐 양분은 다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된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디젤엔진의 연료가 경유가 아닌 땅콩에서 추출한 바이오디젤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바이오연료 개발 가능성과 현실 보급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현재 바이오연료는 크게 휘발유를 대신할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과 경유를 대신할 수 있는 바이오디젤이 가장 대표적이다.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나 밀, 보리 등에 효소를 섞어 포도당을 만든 뒤 발효시켜 만든다. 사탕수수의 경우에는 직접 발효가 가능하다. 바이오디젤은 유채 작물(식용유와 같은 기름 추출이 가능한 콩, 유채꽃 등)에서 식물**름을 추출한 후 알코올과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생산한다. 바이오에탄올보다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과정이 조금 더 복잡하고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두 종류의 바이오연료가 다른 종류의 바이오연료보다 더 각광을 받는 이유는 기존의 자동차를 크게 개조하지 않아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너지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식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광합성으로 제거하고 만들 수 있다는 점과 고갈 가능성이 높은 석유와 달리 식물재배를 통해 무한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은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이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2007년 미국은 브라질과 함께 바이오연료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하지만, 바이오연료 보급 확대가 알려지자 세계 곡물시장의 옥수수와 밀 가격이 폭등하고 농지가격이 60% 이상 상승하는 등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며 추진동력에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지구 반대편에는 기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식량을 사용해 에너지를 만든다는 점을 윤리적 문제로 해석하는 국가가 나타나고, 현실적으로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곡물 생산 가능한 국가가 미국과 브라질을 제외하면 없다는 점에서 바이오연료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현재 브라질과 캐나다에서는 사탕수수를 발효하여 만든 에탄올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도심 버스나 대형버스에 사용하는 연료는 100%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도록 법으로 제정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곡물 대신 나무와 풀, 곡식 부산물 등의 식물섬유(바이오매스)를 사용한 바이오연료 개발을 통해 윤리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산림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 가능하도록 해 기술 보편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의 친환경 자동차로 각광받고 있는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들의 미래는 경유 자동차와 같이 아무도 장담할 수도 알 수도 없다. 또 다른 종류의 친환경 자동차인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미래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만 몰랐을 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다) 골칫거리 해조류를 바이오 연료와 비료로 만드는 기술을 기다린다
모자반 (Sargassum) 해조류는 우리 나라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난 몇 년간 남미 및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서 갑자기 대량으로 증식해 큰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이 해조류는 바다 밑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공기 주머니를 이용해서 바다 위를 떠다니는 데, 문제는 파도에 밀려 해안가에 쌓이는 경우입니다. 모자반은 달걀이 썩는 듯한 악취를 풍겨 관광지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냄새만 나쁜 것이 아니라 실제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실 모자반이 비상식적으로 대량 증식한 것은 인간과 관련이 깊습니다.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비료와 완전히 정화되지 않는 하수가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들어가 모자반의 비료 역할을 하고 높아진 이산화탄소 농도가 식물 성장에 더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광합성이 활발해지면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일부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순 있지만, 인근 국가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히고 있어 이를 뭔가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모자반을 수거해서 바이오 연료를 추출하거나 비료 혹은 사료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자반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소금기가 많은 해조류를 담수로 세척해 이물질과 소금기를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입니다. 엑세터 대학의 마이클 앨런 교수(University of Exeter's Prof. Mike Allen)과 이끄는 연구팀은 배스 대학의 연구팀과 함께 복잡한 전처리 과정 없이 모자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첫 단계는 두 가지 촉매를 이용한 전처리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당 성분이 분리되어 나옵니다. 이 자체로 자원으로 활용하거나 혹은 효모를 키우는 데 사용해서 팜유와 비슷한 바이오 연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열수 액화 (hydrothermal liquefaction) 과정입니다. 첫 단계에서 준비된 원료는 열수 액화를 통해 액체 연료 형태로 바뀌게 되는 데 이를 가공해 바이오 연료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열수 액화는 바이오 연료 제조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찌거기만 이물질과 염분을 제거해 비료로 사용하면 다양한 원료를 생산하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다만 실제로 이런 방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유용한 자원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초 연구 없이는 상용화도 없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골칫거리로 등장한 모자반을 유용한 자원으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다) EU, 2020년 말까지 바이오 에너지 전면 재검토
유럽위원회는 생물다양성 계획안의 일환으로 바이오 연료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규칙의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규칙의 변경은 생물 다양성과 기후 보호를 위해 가장 가치 있는 원시림의 보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 다양성 계획안 초안에서 “위원회는 원시림은 가장 풍요로운 산림 생태계이며 대기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동시에 산림 토양과 같은 곳에 상당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에너지는 현재 EU 법에 따라 이산화탄소량을 증가시키지는 않는 탄소 중립 재생 에너지 원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위원회는 변경 계획안에서 "에너지 생산을 위해 EU에서 생산되거나 수입된 나무, 식량 및 사료 작물의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더 이상 바이오연료를 탄소중립으로 **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위원회는 유럽 연합의 바이오 연료 수입이 유럽 외부의 산림벌채와 관련이 있고 기후 변화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부터 바이오연료 에너지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2년 전 EU는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와 같은 지역에서 삼림 벌채를 늦추기 위해 팜유 수입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015년에는 EU의 재생 에너지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는 식량 양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녹색활동가들은 지난해 에너지를 얻고자 나무를 태우는 것이 일반적으로 석탄보다 1.5배, 천연가스보다 3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바이오연료를 탄소 중립으로 보는 것은 과학적 발견과 상반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현재 바이오연료가 EU내 재생에너지 소비량의 거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96%는 유럽 내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절약을 최적화하고 생태계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에너지를 위한 바이오연료를 생산, 처리 및 사용해야 하며, 이 모든 것이 삼림파괴나 서식지의 파괴나 생물다양성의 상실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좋은 바이오연료와 나쁜 바이오연료 사이에 선을 긋는 것은 불행히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