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무엇에 대한 고찰인지, 애초에 이게 고찰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모처럼 남아도는 자투리 시간을 잠으로 허비하긴 싫어 키보드를 잡았다.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한게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참 부끄럽게도 이것이 청불게임, 아니 최소 15세 이상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게임이란것을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친구들의 생동감있는 게임묘사와 그 평가에 매료되어 부모님을 ** 아이디를 만들었던것이 기억이 난다. 그 시절 모두가 플레이하던 서든어택조차 해**도,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선택한 FPS가 카스온라인이었다. 학원을 다녀오면 항상 밥부터 먹던 나는 어느샌가 컴퓨터 앞에서 이 게임을 잡고 있었고 어렸던 동생 또한 형이 하는 게임을 보며 즐거워 했다. 비록 등살이 따갑도록 엄마의 시선을 받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마우스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오리지널을 플레이할때면 내가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마냥 신나게 총질을 해대며(물론 잘은 하지 못했다.) 폭탄을 해체하고, 때론 인질을 구하면서 소소하게나마 경찰의 꿈을 꾸었던 기억도 아련히 난다.
좀비모드는 벌벌 떨면서도 명당을 찾아 해메었고 그때 내 손에 항상 들려있던것은 포인트가 없어 7일 기간제로밖에 사지 못했던 람보총(M249) 혹여나 내가 숙주가 되었을땐 총을 쏘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일부러 죽곤 하였다.
그냥 이것이 한 시절의 흐름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오지랖 넓은 한탄을 하고있는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그립다.
내 기억으로 첫 캐시총은 MG3였다. 언제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설날에 아버지를 ** 이것을 샀던 기억이 있다. 그땐 뭐가 그리 좋았는지 서버 채팅방에 자랑도 했던 것 같다. 그 다음 캐시총은 SL8 비록 사놓고 딱딱이(게임 내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이렇게 서술한다.)와 다를바가 없음에, 사실 딱딱이가 더 나음에 실망하고 잘 사용하진 않았지만 내 인벤토리를 장식하는 하나의 자부심이었다. 그렇게 윈체스터와 듀얼인피니티도 내 인벤토리에 들어왔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카스온라인에 빠져 살았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때 전학을 갔는데 유감스럽게도 새로운 지역의 학생들은 카스온라인을 거의 즐기지 않았다. 이때 나는 스팀게임을 처음 접했고 자연스럽게 카스온라인에서 멀어졌다. 학원을 다녀와 마우스를 잡는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모니터 속의 화면은 다른 게임을 비추고 있었다. 꽤 오랜 공백 후에 돌아와보니 스컬 시리즈가 출시된 후였고 인게임에서 그것들의 위용을 보며 나는 또 한번의 현질과 함께 게임에 복귀했다.
근하신년과 암호해독기의 무기들은 얻지 못했지만 브랜드 무기나 (스컬, 발록, 야누스) 지금은 모르겠지만 출시당시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무기들(리퍼, 에버 등)은 꼭 사며 나말곤 아무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점점 호화스러워져 가는 인벤토리를 보는 재미로 게임을 계속 했다.
그렇게 나는 이 게임에 약 70만원 정도의 현질을 했다. 내가 이것을 깨달았을때 무언가 상당히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초등학교 6학년 말기 콜오브 듀티를 플레이하며 국산 FPS게임을 천대하기 시작한 시기에 내가 그 국산 FPS에 이리 큰 돈을 상납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 이후 꽤 오랫동안 나는 이 게임을 잠정적으로 끊었다. 그래도 가끔은 새로운 시나리오가 나올때마다 이따금씩 들려 플레이하고, 스토리를 알아가는 재미는 들였지만 더이상 카스온라인은 내 주력 게임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좀비시나리오를 플레이하고 이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지 3년정도 지났을때 나는 우연히 동생이 카스온라인을 플레이하고 있는것을 보았다. 본인은 기숙사에 머무르는 터라 게임을 할 기회가 많지 않음에도, 사실 잠이 급했음에도 추억에 잠겨 게임을 깔고, 플레이했다. 예전과 변한점이 없는 인터페이스에 향수를 느끼며 기분 좋게 마우스를 놀려봤지만 채 한판이 끝나기도 전에 게임을 지우고 삭제했다. 너무나도 변한 모습에 그동안 내 좋은 추억으로 남았던 게임에 배신감을 느꼈다. MG3가 뿌린 씨앗이 게임을 천천히 집어삼키고 이윽고 이런 괴물을 만든것이다.
실망스러웠다. 추억이 박살나는건 둘째 치고 역시 국내 게임사가 운영하는 게임이 이렇게 흘러간다는것을 수많은 사례를 보아오면서도 이 게임만은 그렇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결국 이 게임도 넥슨이 운영한다는것을 정확하게 각인시켜준 운영진들이
글이 길었다. 그냥 배그나 하러 가자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