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매우. 매우 깁니다.
시간이 없으신 분이나, 그냥 읽기 귀찮으신분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을 접습니다.
사실, 이러한 글을 계속 써내려가다 보면
사람들이 이제 내가 쓴 글에 진실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더 이상 글을 읽지 않을까 염려되서 작성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글을 쓰면.. 이상하게도 감성적이 되어버려서
글이 매우 복잡해지고, 의미 불명해지고, 이해하기 힘들어집니다.
뭐라고 처음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나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고 좋은 댓글을 달고 존경하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아니, 괜히 돌려말해서 의미를 부각시키려는게 아니고,
저도 확인사살체인지샷 (흔히말하는 첸샷) 으로 좀비를 떼로 죽이고 기뻐해봤고,
저도 길막 & 비매도 해봤고,
저도 공방에서 1등 보고 약간 잘못 저지른일을 과장시켜서 비매라고 강퇴도 해봤고,
저도 암호해독기 총기 얻고 싶어서 현질몬이라 불릴 정도로 돈도 막 쏟아부어봤고,
저도 뒤에서 돈슨돈슨 욕하면서 앞에서는 무제한 재판매를 기다리고 구매욕을 뽐냈었고,
저도 툭하면 양민들 양민들 하고 고수들 보면 템빨 템빨 했었고,
저도 한때 랭킹 1위 찍어보려고 밤샘 노가다도 해봤고,
만화가 아닌 평범한 글이 베스트 스크린샷에 올라가기를 원하며
저도 열심히 스크린샷을 올려댔습니다.
가끔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속으로는 기뻐하면서도 겉으로는 무뚝뚝하게 굴었고,
저도 카스에 몰두해서 24시간동안 집에서 게임만 한적도 있었고,
저도 훈장 패치때마다 훈장 따려고 열심히 그 모드만 뛰어다녔습니다.
글이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말하자고 하는 요지는 즉,
결국 저도 당신들과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저도 당신들처럼 공부와 게임사이에 갈등을 몇십번, 몇백번 고민했었고,
저도 당신들처럼 카스를 못하던 때가 있었고,
저도 당신들처럼 카스가 질릴때도 있고, 재미있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카스를 접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유저들을 만나왔습니다.
그중에는 인연이 깊어져서 친해진 사람들과,
게임상 뿐만 아니라 실제로 만남을 가진 유저들도 있습니다.
2013년부터 시작해서, 2017년 현재까지. 약 4년간.
저번에도 이런 비슷한 스크린샷을 올렸었습니다.
언뜻 둘러보니, 스크린샷 게시판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 좀비 초창기때는, 좀비 탑이라던가.. 신기한 현상이라던가.. 렉 현상..
그러한 사소하지만 자잘한 재미를 주는 스크린샷들이 베스트샷이었지요
지금은 만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자칭 스게인 이외에도 원로 스게인들도 많이 남아있지만.
한사람이 떠남으로써 그로 인해 생기는 공백은 사실 매우 적습니다.
지금까지 원로 스게인은 많이 떠났지만,
그 중에서 돌아온 사람은 극히 일부고.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은 적지요.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잊혀져 갑니다.
만남이 사라지는게 아니라, 그 기억이 없어지는것도 아니고
점점 머리속에서 뒤로 물러나게 되죠.
그러다가 기억이 안나면, 잊혀졌다고 한답니다.
특히나 그 만남이, 실제로의 만남이 아닌 게임상에서 만남이라면
더더욱,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
누군가의 떠남은, 다시 누군가가 채워주는 법이니까요.
제가 글을 올리지 않는다고 해도,
더이상 카스온라인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저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나 새로운 스게 유저가 자리를 매꾸어줄 겁니다.
어쩌면 어느날,
그러면 그때까지 기억해주던 사람들은
- 어느 유저 : 아 뭐야 ㅎㅎ 삔댜 님, 카스 접으신다고 들었는데 결국 다시 오셨네요
- 삔댜 : 그러게요 ㅎㅎ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한번 떠난 유저들은 쉽게 돌아오지 못하더라구요.
저는 아무래도 매우 감성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아주 소수의 사람.
이 시간대에, 이 게임을 하고 있다가, 이 게시물을 우연치 않게 볼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만한 가치가 있는 글도 아니고,
그만한 필력도 없지만.. 왠지 슬픈 마음이 드는것은 감출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2013년.
카스를 시작한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과 만남과 이별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그저 적은 수의 사람들이 절 알아봐준다면,
적은 수의 사람들이 제가 떠난것에 대해 슬퍼해준다면,
그것에 대해 적은 수의 사람들이 기억해 준다면..
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기쁨이 넘쳐흘러서 마음이 터집니다.
특히나.. 특히나.. 친했던 사람들..
그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오늘 떠난다고 말하지 않아서
그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 적은 시간을 빌려서
그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픕니다...
이 글을 읽는 것은 소수의 사람들뿐이지만
저와 친했던 사람들이.. 아니면 친분이 조금이라도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아니면 악연이라도 좋으니까.
좋은 만남을 통해서 알게된 사이였다고.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하는 저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서로의 게시물을 비방하고 해학하면서 만났던 악연들
우연치 않게 플레이 도중 이야기를 통해 친해진 인연들
넥슨플러그로 주기적인 대화를 통해 친해진 인연들
그리고 우리 소중한 클랜원들.
소중한 지인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GM 분들께도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저희는 언제나 당신들에게 불만만 표출했었는데,
그건 아무래도, 저희가 운영진분들과 같이
카스를 매우. 매우.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필자의 필력없는 글을 끝가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년 9.4
-삔댜 이젠 갈때가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