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그야말로 악단을 이끄는 지휘자처럼 하늘을 노려보며
"목숨을 걸어라! 어쩌면 이 몸에 닿을지도 모른다!"
일제히 검은 뱀들을 풀어놨다.
내뿜어지는 불꽃.
일찍이 없었던 기백으로 치고 들어오는 참격을 앞에 두고, 황금의 기사가 후퇴한다.
그것을 호기라고 받아들인 것인가.
세이버는 휘둘러진 검을 빠져나가며, 한 발짝 깊숙이 적의 간격으로 침입한다.
"이야아아아아아아!"
기합이 비단을 찢는 듯 하다면 힘껏 때려지는 검은 혜성과도 같다.
적을 갑주채로 누르고, 헛발을 딛는 황금의 기사에게 그녀는 더욱 추격한다.
계속해서 내질러지는 검의 춤.
어떠한 거암이라도 부수어 흩어버리고, 어떠한 성벽이라 해도
돌파해온 그것은, 하지만.
"치이...!"
적으 등뒤에서 나타난 무수한 흉기에 전부 막혔다.
"에에이.. 끈덕지다!"
궁지를 벗어난 황금의 기사 길가메쉬의 손에는 또다시 새로운 검이 쥐어져 있다.
"윽!"
그것을 튕겨내는 것 따위 그녀에게는 용이하다
허나 정면에서는 막을 수 없다.
적의 무기는 어느 것이나 미지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걸 알지 못하면서 막다니, 그거야말로 자살행위겠지
"하아. 하아. 하아.
궁지에 몰아넣은 적에게서 한 걸음 간격을 벌리고, 호흡을 가다듬는 세이버
그와는 대조되게, 길가메쉬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쓰러지다만 몸을 일으킨다.
"질리지도 않는 여자로다. 몇번을 해도 헛수고라는걸 모르는 겐가"
길가메쉬에게 피로의 그림자는 없다.
그에게 이 싸움은 어디까지나 여흥이다.
처음부터 이긴다고 잘 알고 있는 것에
긴장에 피로도 있을리가 없다.
"하아.. 하아.. 하.."
허나 세이버에게 있어서는 다르다.
그녀에게 승리의 가능성은 지금밖에 있을 수 없다.
적이 온 힘을 다하기 전
길가메쉬가 에아를 꺼내기 전에 베어 쓰러뜨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건 자신쪽이다.
그렇기에 무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 여력따위 생각하지 않고
맹공을 계속해 왔다.
비금처럼 적을 몰아넣은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 남자가 가진 보구의 벽을 돌파하는 것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도 계속하는 겐가.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건 좋다만 그것도
한도가 있지 않느냐. 지금쯤 그 잡종은 코토미네에게 죽었다.
이미 네가 싸울 이유는 없을 터인데?"
"나의 주인은 건재하다. 그런 마스터를 상대로 시로가 무릎을 꿀는 잃따위 있으수 없다."
"그것도 시간 문제지. 너는 성배를 알지 못한다. 그것의 상대는 이몸이라도 애를 먹는다고?
너라면 어찌 될지 모르나. 그런 애송이가 1분이라도 버틸 것 같나?"
"..."
"너는 이 몸에게는 이길 수 없고 그 녀석도 코토미네에게는 이길 수 없다.
배역을 잘못 정했군 네가 성배에 덤비고 있었다면, 이 싸움은 네 승리였을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