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차려고 하는 발에 힘을 넣는다.
"요컨대 죽여도 되는구나 너 이자식...!"
온 힘을 다해 지면을 찼다.
녀석까지는 약 10미터 이대로 일직선으로 간격을 좁혀서, 그대로
바로옆으로 뛰었다.
그것은 저 녀석을 죽여주겠어, 라는 이성보다,
죽고싶지않다고 하는 본능이 이긴 결과였다.
"윽...!"
옆으로 미끄러지며 지면을 구른다.
그것도 금방 멈추고, 곧바로 얼굴을 들었다.
"윽.. 지금 그거!?"
아까까지 자신이 달리고 있던 루트를 응시한다.
지면을 태우는 소리
치익 치익 하고 김을 뿜고 있는 것은
못에서 뻗어나온 검은 진흙이었다.
마치 검은 융단이다...
진흙은 채찍처럼 휘어서, 코토미네에게 육박한 나를 맞받아 치고,
그대로 깔끔하지 못하게 대지에 자국을 남기고 있다.
"말하는걸 깜박했다만, 이미 너는 내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덤으로 이건 생물에 민감해서 말이지.
돌아다니는 건 네 맘이지만, 부주의하게 움직이면 죽는다"
"윽..!"
용서없이 뻗어오는 검은 진흙을 뛰어서 피한다.
부주의하게 움직이고 자시고 할 거 없다.
저자식 죽일 생각이 넘치잖아!
"크 이.. 사이비 신부...!"
못에 신경을 쓰면서 태세를 가다듬는다.
코토미네까지의 거리는 여전히 변함없다.
이 10미터가 저 녀석에게는 다가오게 하고 싶지 않은 라인이라는 거다.
하지만 저 진흙촉수는 끝 없이 뻗는다.
그럴 생각이 있으면 어디까지 물러나도 쫓아올테고, 그수도, 하나만은 아니겠지...
"호오 덤빌 생각이냐. 그건 반갑지.
이대로 떠난다면 죽일 수가 없지만, 너 본인이 싸울꺼라면 문제는 없다.
여하튼 이래뵈도 신을 섬기는 몸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자를 죽일수도 없어서 말이지."
"입은 살아선. 사람을 등 뒤에서 덮치는 녀석이 그런 말을 내뱉지 마라!"
듣고 랜서건을 생각해낸 건가.
코토미네는 감탄한 듯이 웃어댔다.
"그렇군 너한테는 그걸로 정이 떨어졌다. 이 이상 미뤄둘 필요는 없지"
"솔직히 말하면 말이지 에미야 시로. 나는 너에게 기대하고 있었다.
린이 너를 교회로 인도한 밤 운명조차 느꼈지 네가 그 키리츠구의 아들이라고 알고
내면까지 비슷하다고 알았을 때의 기쁨따위 알 수 없겠지. 10년전에 이루지 못했던 소망
에미야 키리츠구라고 하는 남자에게, 이렇게 또 한번 저승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촉수가 물결친다.
못에서 머리를 들고 흔들리는 그것은 검은 뱀 바로 그것이었다.
입술을 깨문다. 생각했던 대로,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뱀의 수는 끝없이 늘어간다.
이래서야 코토미네에게 다가가기는 커녕, 얼마나 살아
남을수 있을지조차 분명치 않다.
"승기가 없는건 당연하다.
네가 살아온 햇수와 내가 살아온 햇수는 크게 차이가 있지
무언가로 곱하기라도 하지 않는 한 메워질수 있는 수치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