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때문에 부득이하게 카스를 접을꺼 같아
그래도 내 20대 인생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카스온라인에 대한 평가를 한번쯤은 꼭 써보고 싶었다..
내가 카스온라인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2009년 9월, 10월 그쯤이었을 것이다.
초딩 때부터 카르마>스포>서든이라는 FPS매니아였던 내가
카스온라인으로 넘어온 것은 바로 좀비오리지널 때문이었다.
서든을 한2~3년 하다가 지루해졌을 무렵 넥슨에서 좀비모드라는게 나왔다고 해서 접속해본것이 시초였다.
그 때당시 내가 고3이었고 수능이 거의 몇일 안남았던 시점이었다.
좀비오리지널을 시작하고 나는 수능 전날까지 좀비오리지널을 했다.
지금생각하면 정신 나간짓이지만 그만큼 나를 매료시킬 무엇인가가 좀비오리지널에는 있었다.
대부분의 FPS가 그렇듯이 1인칭 슈팅게임에서 요구되는 것은 경쟁 그것뿐이다.
기껏 협동, 팀웍이라고 해봐야 같은 팀원 5~6명이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이 전부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좀비 오리지널은 확실히 달랐다.
인간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30명되는 인원들이
이른바 명당이라고 불리우는 장소에 다같이 모여 좀비라는 대상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아래
서로 협동하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누군가 강요해서 명당으로가서 같이 뭉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자의로 판단해서 혼자 돌아다니다 개죽음 당하는 것보단
명당에 모여 서로 협동에서 싸우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고 또 재미도 있었다.
지금은 훈련병도 안 쓸 코만도와 같은 반자동저격무기를 든 플레이어들이
후방에서 지원사격을 하고 M249와 같은 기관총을 든 부대는
명당 초입구에서 좀비를 버티면서 나름 눈치를 보며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팀이 쏘면
한팀은 재장전을 하는 그런 진풍경이 벌여졌다.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고있었다.
가장 잘만들어지는 게임은 플레이어가 정해진 수순을 그대로 밟는것이아니라
본능적으로 스스로 어떠한 행동이나 모션을 취하게 하는 게임이 진정으로 잘만들어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아웃라스트에서 긴급할때 플레이어가 본능적으로 길을 찾는것처럼)
나에게 있어서 이러한 협동은 큰 재미로 느껴졌고 끈질기게 버틴후
좀비를 몰살시키거나 좀비의 공격을 버티고 승리를 따내면 엄청난 희열같은게 느껴졋다.
반면 끈질기게 방어해봤지만 좀비의 시대로 변하면 아쉬운 한숨이 나와지만 짜증이 나는건 아니었다.
내가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어쩌면 오늘 한번 플레이하면 다시는 못보는 플레이어지만
다 같이 뭉쳐서 어떠한 일을 해낸다는게 대단한 일로 느껴졋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협동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는 난 무기밸런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만 해도 어떤 무기는 좋지않고 어떤 것은 좋고 그런 것은 없었다.
모두 같은 포인트 무기이기 때문에 너나 나나 모두 비슷한 총들이다.
그 당시는 빛보다 빠른 배신이 시작되면 걷잡을수가 없었다.
지금처럼 짧은시간안에 강력한 한방을 내는 화력이 없으니 당연했다.
그러다보니 명당에 위치한 아군인간들중 앞에서 조금씩 뚤릴 기미가 보이거나
이미 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필사적으로 막았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주탄약을 다 써서 권총으로 두드리는놈, 보조탄약도 다써서 폭을 던지고 있는놈,
폭도 없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왔다갔다 눈치보며 칼로쳐내는 놈도 더러있었다.
그렇게 까지 했던 이유는 일단 뚤리면 인간은 그 많은 좀비의 침입을 막을 아무런 방법이 거의 없었다.
즉 아군의 감염=은 나의 개죽음과 다르지 않았다.
도망치더라도 10초이내에는 감염되기 때문이다.
좀비의 입장에서도 명당을 뚫는 입장에서 숙주좀비가 최전방에서 버티고 있고
좀비는 아래서 탑을 쌓거나 피가 바닥나면 체력회복도 없을때니 숨어있다가 뚤리기시작하면 들어가던지
숙주좀비 뒤에서 밀리지않게 버텨주기까지 하면서 뚫었다.
슨이 카스온라인을 런칭했을당시 카스 올드유저들을 많이 끌어들이리라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오지는 않았고 오히려 좀비오리지널로 유저의 80%가 상승했다고 하니
과연 좀비온라인이 된셈이긴 하지만 어쨌든 좀비모드가 확실히 카스온라인의 흥행을 도운건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넥슨은 유저들의 의견과 재미 요소들을 잘 파악해서 업데이트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이 잘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나는 2010년 대학에 들어가고 2012년 군전역을 할 때 까지는 카스를 잠시 접었다.
그리고 군전역후 설레는 맘으로 옛날의 향수를 찾기위해 다시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접속했다.
그러나 2~3년간 변해버린 좀비모드에 실망을 금치 않을수가 없었다.
좀비오리지널은 거의 전멸상태이고 그나마 뮤턴트 가장많은데 히어로인데 이게 가관이다.
특히 내가 가장 실망한 것은 협동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이탈리아 이스테이트 등 좀비맵에서 같이 뭉쳐있는 것은 역시
혼자 산책하다 개죽음 당하기 보단 확실히 같이 싸우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에 모여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성격은 2009년 좀비 오리지널때와는 다르다.
이미 리퍼, 흑룡포, 게이볼그, 컴파운드보우, 스컬9, 청룡도 등
밸런스를 파괴하는 무기들이 나타난이래 뭉쳐있는 의미는 각자 조금씩 달랐다.
적당히 흑포나 리퍼를 들고 뒤에서 어슬렁어슬렁하다가 아군이 감염이 되기시작하면
6번을 누르고 마우스한번이면 상황이 정리된다. 굳이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좀비의 칩임을 막고 1킬이라도 해보려고 앞장서서 필사적으로 막고 있으면서
이윽고 감염이 되고 눈을 감았다 뜨면 통수를 맞고 데스캠으로 변해있는 플레이어를 보면
조금은 이제 짠하다는 생각이든다. 이제 좀비모드에선 협동은 없다.
아군인간은 곧 나의 점수가 될 미래의 좀비이기 때문에 굳이 캐리할 필요는없다.
좀비 히어로가 영웅을 만든것처럼 소수의 영웅이 머리위에 해골을 그리며 버니합을써가며
무기를붕붕 돌리는 모습은 흔히 보는 광경이다.
이제 막 카스를 들어온 신입유저, 나같이 좀비1의 향수를 못잊고 다시찾아온 복귀유저,
그리고 실력도 있고 센스도 좋지만 밸붕무기 즉 해독템이 없는 유저에겐 좀비모드는
스트레스가 풀리기보단 쌓이는 게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좀비모드는 점차 해독템을 가진 기득권층만 남게 되고
대다수는 밀물썰물처럼 들어왔다 나가는 인원만 반복되는 것이다.
실제 좀비모드 게임방32인방 기준으로 들어가보면 알지만 유~명한클랜을 하고있는 해독템을 든
기득유저 몇분이 나머지 몇십명을 쥐락펴락하는건 흔한 일이다.(100%는 아니겟죠;;)
당연히 나도 자연스레 짜증만 나는 좀비모드는 접게되었고 좀비시나리오를 하게되었다.
그러다가 이번겨울 좀비4 다크니스가 패치되었다. 엄청 기대를 많이 했다.
전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라는 데에 있어서 다시 협동의 매커니즘이 뜰까?
아니면 어떤 방식일까 했지만 그 결과는 지금 이시간의 다크니스 방이 몇 개나 있는지 보면 알수 있을정도로 참패였다.
좀비오리지널이후 뮤턴트 히어로를 거치면서 좀비는 엄청난 데미지를 가지는
해독기템- 밸런스붕괴무기를 들고 다니는 인간앞에 무기력해지자
좀비4는 확실히 좀비의 체력과 공격방식을 높여준거같긴하다.
인간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여겨질정도로 사기적인데 사람들이 많이 하질않는다.
사실 나는 좀비 다크니스가 나왔을 때 초창기에는 너무 재미있었다.
바로 예전의 협동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근데 사람들이 하질 않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멀어지게만 되었다.
왜 실패 했을까? 나는 조심스레 밸런스붕괴무기의 밸런스붕괴때문이라고 생각해본다.
무슨 개소리인가 하니 좀비다크니스는 여타 다른모드와 다르게 폭팔데미지가 굉장히 좀비에게 치명적이라고 알려진다.
그래서 폭팔형무기가 다크니스에서는 큰 킬을 차지한다.(야누스1,야누스모드, 발샷차징모드, FG런처, 일반수류탄)
근데 문제는 발샷이었다. 발샷은 이미 국민총이라고 불릴정도로 많은이들이 소유하고 있다.(난 지금도없다ㅠ)
그런데 다크니스 모드에서는 일단 발샷만 들고있으면 흑포리퍼게볼 안부럽게
광범위한 지역범위에다가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퍼붓기 떄문에 발샷을차징할줄알고 6번만누를줄알면
누구나 다크니스를 주름잡아볼수 있게되었다.
더 이상 해독기템을 들고 다니던 기득권유저들이 해독기템에서 이득을 보기는커녕
해독템을 놔두고도 발샷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러니 누가 다크니스를 하려고 하겠는가. 당연히 해독기템 기득유저들은 좀비4에 혀를 차며
그들의 무기가 극차별화되고 점수나 잘먹을수 있는 뮤턴트나 히어로로 돌아온다.
그러니 다크니스 이용자는 줄고 여전히 좀비모드는 히어로에서 그치고 있는 것이다.
말이 길어졌지만 내가 이렇게 카스좀비를 까대는것도 결국 카스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인거같다.
20대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일로도 카스를 꼽으라면 꼽을거같다.(물론 시나리오때문이 크지만..)
앞으로도 카운터스트라이크가 업데이트도 잘하고 해서
후에도 한번쯤은 접속해서 옛추억을 그려보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다....ㅎㅎ.
내일은 좀비 시나리오에 대해서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