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해서는 게임 게시판에 정치글을 올리려 하지 않았는데
사학과 재학중인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소견이니 너무 믿지는 마시구요.
말하신 논지를 살펴보면, 전두환이 88올림픽을 낙찰 받고, 두발 자유화, 통금 해제 등의
여러 긍정적인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살인자', '반란자' 등으로 너무 매도하지 말고 재평가를 해**다고
주장을 하셨는데.
이에 대해 대답을 하기 전에 한가지 생각할 점이 있습니다.
역사는 어떠한 날에 일어난 사건이나 행위, 정책 등의 텍스트(text)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닙니다.
그것을 이루는 맥락인 컨텍스트(context)도 같이 살펴보면서 앞뒤의 인과관계를 살펴보는 학문입니다.
텍스트와 컨텍스트를 유기적으로 살펴봄으로서 지금 현재나 앞으로 발생할 '사건'에 대해서
그동안 연구한 기반을 바탕으로 장차, 사회에 하나의 패러다임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역사의 순목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마찬가지 입니다. 전두환이 펼친 나름의 업적에 대해서 재평가를 해**다고 말씀하셨는데
중요한 것은 전두환의 정책(text)가 아니라, 그것을 이루는 맥락(context)
즉, 전두환이 어찌하여 그러한 정책을 펼쳤는가? 그러한 정책을 펼치면서 무엇을 획책하고자 했는가?
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해가 안되시면 20세기 초 일본의 조선 강점을 떠올려봅시다.
일본이 1920년대 초 이른바 문치통치를 시작하면서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조선에 대해 유화적인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동안 금지했던 신문에 대해서도 다시금 인쇄하게 하였고
대학 등을 설립함으로서 그동안 막았던 조선인에 대한 고등교육을 실시하는 등
어떻게 보면 조선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는 것만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학생분께서 근현대사 시간에 배웠듯이, 그 이면(context)에는 조선과 조선을 이루는 국민에
대해 친일, 그리고 반일이라는 분열을 획책함으로서 조선 통치를 보다 수월하게 만들고
비슷한 시기 대두된 다이쇼 데모크라시에 기반한 평화주의를 내보임으로서 당대 제국주의 국가들로 하여금
일본의 조선 식민화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보시면 될겁니다.
전두환의 정책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금지되었던 두발을 자유화하고 통금을 해제, 프로야구 및 농구 창설 등
굉장히 좋은 정책을 펼친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그 이면에 어떠한 목적이 깔려있고 무엇을 얻으려는지를 아셔야지요.
두발 자유화는 단순히 두발규제에 대한 자유가 목적이 아닙니다.
기성세대에 비해 심각하게 전두환 정권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10~20대에게 유화적인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멀게 만들고, 또한 기성세대와의 문화적인 동질을 차단함으로서
결과적으로는 전두환 정권에 대한 항쟁을 막으려는 의도하에 시행된 제도입니다.
통금 또한 마찬가지죠. 당시 진행된 3S 정책(**, 스포츠, 스크린)과 연결되어 문화적으로
**와 향락을 추구하게 함으로서 표면적으로는 박정희 정권 시절 금지된 국민들의 욕구를 해소하는
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앞서도 말했듯이 **와 향락을 통해 국민들을 정치에서 멀게 만드려는 의도하에
시행된 것입니다.
무엇보다 전두환의 집권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쿠데타'였다는 점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박정희도 역시 이에 연결되지만 논지가 흐려지기 때문에 전두환만 언급하겠습니다.
전두환 그 자신이 10.26 박정희 암살 이후, 합동수사본부장 및 중앙정보부 서리, 보안사령관을 맡으면서
국가 시스템에 대한 정보권을 장악했습니다. 국민들에게 동질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언론을 통폐합하고 어용언론을 만드는 정책 역시 이러한 권력에 기반하여 시행된 것이지요.
더불어 1980년을 넘어가면서,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뽑힌 최규하 대통령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수 차례의 계엄령을 내림으로서, 5.18 이전부터 이미 많은 수의 지식인들을 탄압함으로서 향후 자신의
권력 획책에 방해가 되는 세력을 제거해 나갔지요.
12.12 쿠데타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이, 9사단장 노태우,1공수여단장 박희도 등의 군부를 이용하여
당시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참총장 및 수경사령관 장태완, 특전사령관 정병주 등을 무력화함으로서
사실상의 국가전복을 획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공격에 대응해야 하는
9사단 29연대 소속의 1개 대대를 함부로 움직이게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5.18은 워낙 유명하고 제가 구지 말할 필요가 없이 검색만 해도 잘 정리되어 있으니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종합해보면, 제가 위에서도 서술했듯이 전두환에 대한 재고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재고를 해도 그는 '반란자', '살인자'로 낙인찍힐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가 이룩했다고 생각하시는 정책(88올림픽 등)이 무엇을 위해 시행되었는가를 생각하시면
결과적으로 전시행정을 보임으로서 전두환 정권에 대한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5.18 이전부터 무력에 의한 쿠데타 및 지식인 탄압을 해왔기 때문에
이는 앞서 얘기한 긍정적이라고 보여지는 정책으로는 도저히 합리화할 수 없는 모습이지요.
학생분꼐서 무엇을 보고서 전두환에 대해 재평가를 해**다고 주장하시는지는 몰라도
사학과 학부생으로서 말씀드립니다.
현 역사학계는 지금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전두환에 대한 긍정적 재고를 할 가능성은 0% 입니다. 그것이 현재의 정론이고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그 결과가 바로 국사책 및 근현대사 교과서에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