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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금융사 전산마비 사태가 발생한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이날 "해킹에 의한 악성코드 유포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소스코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우리 정부의 고질적인 보안불감증이 20일 오후 2시경 또 다시 국가기간 전산망에 버금가는 주요
방송사(MBC, KBS, YTN)와 금융기관(
신한은행, 농협)의 서버 다운을 불러와 우려를 낳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앞서 지난해 대선후 인수위원회에서 발생했던 해킹사건 당시에도 급히 “북한의 소행”으로 지목했다가 아니라고 번복한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원인규명이나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하며 정부의 안일한 안보의식을 질타했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구상에서 이렇게 우리나라를 겨냥해 대규모
공공기관 사이버테러를 자행할 수 있는 것은 북한뿐”이라며 “북한이 공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13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사이트가 외부로부터 해킹 공격을 당해 접속이 차단된 것과 관련 우리나라와 미국 등을 겨냥해 “적대세력의
비열한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논평에서 “우리 공화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네트봉사기(
인터넷서버)들에 대한 집중적이고 집요한 비루스(바이러스) 공격이 연일 감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전면대결전에 진입한 조선의 초강경조치들에 질겁한 적대세력들의 너절하고 비열한 행위로 단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자신들이 해킹을 당했으며 그것이 남한 소행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일 수도 있다”며 “북한은 항상 경고 이후 결단하는 패턴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이것 외에도
원자력발전소 폭파로 인한 전기 공급 중단,
도로교통 마비 등
온오프라인 상 도심공격을 할 수 있다”며 “최대한 자신들의 소행을 숨기되 대남공포 효과를 가장 높일 수 있는 이 같은 방법들을 계속 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런 사이버테러를 자행하기위해 몇 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빨리 원인을 규명하고 또 다른 공격에 대비해야 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한 대북소식통도 “북한이 최근 해킹을 당했다며 보복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미뤘봤을 때 이번 소행이 북한의 전형적인 공격 패턴으로 볼 수 있다”며 “모든 시선을 군사 공격으로 돌려놓고 역으로 사이버테러를 치는 것, 그것이 북한이 노리는 상대의 허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북한은 현재 군사적 공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최대한 대남공포 효과를 높이되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뺌할 수 있는 사이버테러를 구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상 대남 사이버테러는 정찰총국 사이버공작 전담부서나 컴퓨터센터, 제2자연과학원 산하 전자계산연구소에서 끊임없이
시도를 하고 있다”며 “만약 이번 사건이 북의 소행이면 정찰총국이 지휘했을 것이며 전자계산연구소
연구원들이 대거 참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사이버공작 연구원들이 북한 내부 외에도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아마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 북한에서 직접적으로 해킹시도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최대한 자신들의 소행을 감추기 위해 일본 등
해외에서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동시다발적으로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수사관을 급파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사이버테러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전산망이 마비된 것과 관련해 국가
위기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원인 파악에 나섰고 국정원 역시 긴급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군 당국은 현재 정보작전방호태세인 ‘인포콘’을 3시 10분부로 3단계로 격상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군 정보망에는 이상이 없고 외부 공격시도 흔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북한의 소행인지 여부는 파악 중이며 추가 사이버테러에 대비해 인포콘을 격상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