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카스생각이 나서 올려봅니다.
아 고수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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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덜컹!
"그러니깐 말이야……."
비류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싸움은 경제적으로 해야 돼."
"경제적이요?"
덜컹!
"그래, 경제적. 간단하지? 사실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하고 당연한 이친데
말야 다들 망각하고 있단 말이지. 그런 면에서 넌 탈락이야."
덜컹덜컹!
"하지만… 무공은 장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근데 웬 경제란 말인가?
"경제적이란 게 뭔데?"
철컹철컹!
비류연이 반문했다.
"돈 많이 버는 거 아닌가요?"
뻑!
"아욱!"
절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경제적이란 건 낭비가 없다는 이야기야. 그런 면에서 넌 너무 낭비가 많
아. 너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다 그렇지만 말이야."
철컹철컹!
비류연이 남궁상의 주변을 원을 그리듯 돌려 말했다.
"왜 낭비가 많은 줄 아냐?"
"왜죠?"
"생각이 없기 때문이지! 특히 너보다 약한 애들이랑 싸울 때 너 별생각 없
이 싸우지?"
비류연이 얼굴을 바싹 들이대며 고압적인 어조로 물었다.
"뭐, 그렇죠."
철그렁!
고개만을 돌려 비류연의 압박을 피하며 남궁상은 작은 목소리로 순순히 인
정했다.
비류연은 다시 몸을 세웠다.
"하지만 그래서 실력이 제대로 늘겠냐? 자기보다 약한 녀석이랑 싸울 때
별생각없이 싸우면 안 돼. 물론 고수랑 싸워보면 실력이 느는 속도가 다르
겠지만. 하지만 그런 '적당한' 고수랑 싸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아. 그
런 면에서 궁상이 넌 행운아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도 '빨간 아저씨'가 꽤
한가락 하는 고수니까 말이야."
"저기 토 다는건 아니지만… 적당히는 아닌 것 같은데요?"
매번 정기 훈련 때마다 자신들 주작단을 통구이로 만들기 위해 기염을 토
하는 염도를 떠올리며 남궁상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그 의
견은 비류연에 의해 단숨에 묵살당했고, 그는 그냥 무시하고 등을 보인채
자기 할 말만을 계속했다.
"너보다 약한 녀석을 이기는 건 당연한 거야. 못 이기는게 이상한 거지.
경험도 실력도 너보다 못한 애한테 지면 네가 지독히 무능하다는 증거밖에
안 돼. 이겨도 손해, 지면 쪽박이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져?"
남궁상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목의 피부가 빳빳해지는게 느껴졌다.
"스스로 제약을 만들어야지."
비류연이 빙글 반 바퀴 돌아서며 말했다.
"제약이요?"
왠지 불길한 울림을 지닌 단어였다.
"약한 애들이랑 경쟁할 수 없으면 최강의 상대랑 대결하면 되지."
"최강의 상대? 그게 누구죠? 어디 있나요?"
"가까이에 있어. 바로 지척에. 눈만 감으면 언제든지 쉽게 만날 수 있거든
. 한번 눈 감아봐. 보이냐?"
"안 보이는데요."
"잘 보라니깐. 거기 자세히 보면 궁상맞고 우유부단하고 심약한 녀석 하나
가 보일 거야. 보이냐?"
"그… 그게 누군지는 몰라도 왠지 친밀하게 들리는데요?"
"당연하지. 언제나 봐왔을 테니깐. 아침마다, 혹은 잠자기 전에 봐 왔을
거야. 거울 속에서 말야, 왜 그런 시도 한 수 있잖아? 외롭거나 슬플 때 나
는 거울 속의 나하고 대화를 나눈다는 뭐 그런 내용의 시 말이야. 너는 아
마 경험이 있을 거다."
그 말에 남궁상은 흠칫 몸을 떨었다.
"그… 그걸 어떻게……."
"응? 너 정말 그랬었냐? 난 그냥 농담이었는데? 호오~ 진짜 그랬단 말이지
? 으흠~"
남궁상은 이야기 주제를 돌려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아아! 이제 기억납니다. 음… 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별로 우유부단 하고
심약하지 않았던것 같은데요? 좀 잘생겼던 것도 같구요. 의외로 믿음직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건 착각이야. 네 기억이 잘못된 거지. 쯧쯧, 이제 치매냐?"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그러니깐 대사형이 말씀하시는 최강의 적이
란 건……."
"그래, 그건 바로 너 자신이야. 자기 자신이야말로 가장 쓰러뜨리기 힘든
최강의 적이지!"
비류연이 남궁상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이 녀석은 상당한 고수거든. 그래서 싸우지 않고 이겨 버리거든. 왜냐면
싸우기도 전에 포기시켜 버리니깐. 이 녀석을 이기지 못하면 싸울 기회조차
얻을 수 없지. 그러니 얼마나 강하냐? 안 그러냐?"
남궁상은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 시작하기 전부터 포기하진 말라고. 재미없으니깐. 가르쳐 주는 재
미가 없잖아? 나는 경제적인 무사가 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확
인시켜."
"그럼 그렇게 확인만 시켜주면 반드시 경제적인 고수가 될 수 있나요?"
"그렇진 않아. 그랬다간 개나 소나 다 고수 되게?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지. 이 세상이란건 말야 그 중간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
르니깐 말야. 다만 그렇게 될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이지. 항상 잊지
마! 언제나 기억해! 그리고 행동해! 얼마나 적은 수의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계산해. 적은 움직임은 체력과 내공의 소모를
엄청난 효률로 줄여줄 뿐만 아니라 또 하나 최고의 장점을 지니고 있지."
"그게 뭔데요?"
덜컹!
"속도(速度)!"
비류연이 짧고 명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작은 움직임으로 피하며 보다 더 짧은 거리를 이동해 적을 나의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지. 만일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같다면 더 짧은 거리를 이
동한 사람이 이기는 거야. 어차피 누가 먼저 검을 상대의 몸에 대는가가 관
건이니까 말이야."
비류연은 꼼짝도 안 하고 있는 남궁상 주위를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깐 낭비를 줄여야 돼. 몸의 낭비를 줄여서 최소한의 동작으로 최대
한의 효율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진짜 고수가 될 수 없
을걸? 원래 고수란 최저의 수고로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자만
이 받을 수 있는 칭호야. 요즘은 개나 소나 다 고수 간판을 걸고 다니지만
말야."
신랄하기 짝이 없는 말을 수천 마디 내뱉어도 그의 혀는 지칠 줄 모르는
모양이다.
"상대의 초식을 간파하는 눈, 자신이 파악한 그 판단에 쫓아가 줄수 있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육체의 힘, 이 두 가지를 겸비하지 않으면 결코
그 경지에 들어갈 수 없지. 그리고 네가 뛰어넘어야 되는 인간은 그런 인간
인 거야."
쩔그렁!
"그런 면에서 염도 아저씨는 너무 낭비가 심하다고 할 수 있지. 무조건 다
쓸어버리려고 하니까 말이야."
비뢰도 18권 中
2008.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