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위한 교양 수학 서적인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Hans Magnus Enzenberger)의 <수학 귀신>은 수학 관련 서적으로는 보기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로 버트런드 러셀이 1+1이 왜 2인지를 증명하려고 했다는 것이 있는데,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것을 증명한다는 점이 신기해서인지 인터넷에서 그 증명 방법을 묻는 질문을 많이 보게 된다.
사실 이것은 이진경의 <수학의 몽상>에서도 다루고 있는 주제였는데, 이 책이 나왔을 때도 역시 인터넷에 "1+1=2를 어떻게 증명하나요?"라는 질문이 많이 떴다.
아이든 어른이든, "1+1=2"와 같이 지극히 당연한 것을 증명한다는 것은 대단히 신비롭게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1+1=2"는 무슨 기발하고 획기적인 방법으로 증명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따지고 보면, "1+1=2"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인데 무엇하러 이것을 증명씩이나 한단 말인가?
화이트헤드(Whitehead)와 러셀(Russell)이 그들의 대작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에서 "1+1=2"라는 당연하기 짝이 없는 사실을 굳이 증명하려 한 것은, 수학이라는 학문의 논리적인 기초를 확립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들이 보이고자 한 것은, 적절한 공리계가 주어지면 그로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수학 지식이 다 논리적으로 유도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원리(principle)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1+1=2"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맥락을 외면하고 그저 "1+1=2의 놀라운(?) 증명법"만을 기대하는 것은 러셀의 의도를 전혀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 아래 "1+1=2"를 증명하여 보자. 앞서도 얘기하였지만, 이 증명은 기발하기는 커녕 대단히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해서 지루하기까지 하다.
우선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이 되는 공리 체계가 필요하다. "Principia Mathematica"에서 사용한 공리는 자연수에 대한 공리 체계인 "페아노 공리계(Peano Axioms)"이다.
이것은 이탈리아 수학자 주제페 페아노(Giuseppe Peano)가 만든 것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 공리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자면, 이 공리계는 "자연수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공리가 "증명하지 않고 옳다고 인정하는 명제"인 것처럼 용어들 가운데도 "정의하지 않고 사용하는 용어"가 필요한데, 이것들을 "무정의 용어"라고 하며, 이 공리계에서는 "1", "그 다음 수"가 무정의 용어로 쓰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이 공리들과 몇 개의 무정의 용어들 뿐이므로, "1+1=2"를 증명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와 "2"가 정의되어야 한다.
일단 "2"를 정의하는 것은 간단하다. 2:=1', 즉 1의 그 다음 수로 정의하면 되니까. 여기서 기호 :=는 좌변이 우변과 같이 정의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하는 김에 더 해 보면, 3:=2', 4:=3', 이런 식으로 모든 자연수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다음으로 "+", 즉 "덧셈"을 정의하자. 덧셈을 정의하는 방법은 어렸을 때 손가락 셈하던 것을 흉내내면 된다.
예를 들어, "5+3=8"을 아이들이 계산하는 방법은 우선 손가락 다섯 개를 꼽고, 그 다음 손가락을 꼽는 과정을 세 번 반복하면 된다.
따라서, 두 자연수 a와 b에 대해 두 수의 덧셈 a+b는 우선 a를 놓고, 그 다음 수를 찾는 과정을 b번 반복한 것으로 정의한다. 이것을 기호로 나타내면,
그런데 이런 식으로 "b번 반복한다"는 것은 페아노 공리계에 없는 용어이므로, 이 과정 자체를 공리계에 맞는 용어들로 번역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다음 수를 찾는 과정을 b-1 번 반복한 결과"의 그 다음 수를 찾는 것으로 하여
따라서, 뺄셈 대신 c'=b인 c를 사용하면 되는데, PA3에 의해 c'=1인 c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경우는 따로
이 정의를 이용하여 우리는 덧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앞서 들었던 예인 "5+3=8"의 경우, 3=2'이므로
사실 우리가 원하는 "1+1=2"의 증명은 훨씬 쉽다. 정의에 의해 1+1 = 1'이고 2=1'이니까.
이제 이렇게 정의된 덧셈을 이용하여 교환법칙, 결합법칙도 증명할 수 있다. 증명은 그리 간단치 않은데, 교환법칙을 어떻게 증명하는지 살펴보자.
모든 자연수 a, b에 대하여 a+b = b+a가 성립하는 것을 보이려면 쓸만한 공리는 PA5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a에 대하여 a+1 = 1+a가 성립함을 보인 다음, a+b = b+a가 성립하는 b에 대하여 a+b' = b'+a가 성립함을 보이면 된다. 이렇게 하면, a+b = b+a를 만족하는 b들을 모아 만든 집합에 1이 포함되고 그 집합의 원소 b에 대해 b' 또한 포함되므로 PA5에 의해 이 집합은 자연수 전체의 집합과 같아진다. 따라서, 모든 자연수 b에 대해 a+b = b+a가 된다. 한 마디로 "수학적 귀납법"이다.
첫 번째 단계인, 모든 a에 대하여 a+1 = 1+a가 성립함을 보이는 방법도 역시 PA5를 이용한다.
집합 S를 a+1 = 1+a가 성립하는 a들을 모두 모은 것이라고 하면 우선 1+1 = 1+1은 당연히 성립하므로 1∈S이다.
그 다음 a∈S일 때, 덧셈의 정의에 의해
이번에는 모든 자연수 a에 대하여 a+b = b+a가 되는 b들을 모두 모은 것을 집합 T라고 하자. 우선 a+1 = 1+a이므로 1은 T의 원소이다.
다음으로 a+b' = b'+a가 모든 자연수 a에 대하여 성립함을 보여야 한다. 고정된 자연수 b'에 대하여 a+b' = b'+a가 되는 a들을 모두 모은 것을 집합 Sb'이라고 하자. 1+b' = b'+1이므로 1∈Sb'이다. a∈Sb'일 때,
a'+b' | = (a'+b)' | (덧셈의 정의) |
= (b+a')' | (b∈T이므로 a'+b = b+a') | |
= ((b+a)')' | (덧셈의 정의) | |
= ((a+b)')' | (b∈T이므로 a+b = b+a) | |
= (a+b')' | (덧셈의 정의) | |
= (b'+a)' | (a∈Sb'이므로 a+b' = b'+a)) | |
= b'+a' | (덧셈의 정의) |
한편 덧셈과 비슷하게 곱셈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