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CSO백과사전_The Past - 과거에서 온 남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글은, [철학을믿지않았다] 유저의 경험을 토대로 저술한 사실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평소와 같이 좀비모드를 하고 있던 나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방' 이라는 제목을 보았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면서,
어떤 방장인가 한번 보고싶은 마음에
좀비2 이스테이트 맵을 들어갔다.
ㅡ 이 방은 정말로 평범해 보이는 방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32명방이었고, 나를 포함한 총 인원수는 25명정도였다.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고, 로딩을 기다리고. 로딩이 끝나고 캐릭터를 고르고.
별반 다를게 없어보이는 유저들의 플레이와 평범한 정보의 방장.
눈에 띄는 유저도 없거니와, 당시의 유행이었던 나타나이프와 자동샷건(XM1014)을 들고
좀비들을 찾아나서 개인플레이를 해대는 유저들.
그때 당시 나는 이렇게 퇴락해버린 좀비 모드도, 한 세기가 지나면 사라질 거라 믿었다.
그래도 나도 역시 이들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는 사실을 알리고싶다.
아무도 지원사격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좀비에게 근접무기를 찔러넣어
사살을 해야만 쾌락을 느끼는 유저들. 자신의 점수만 높아질수록 기뻐하던 유저들.
그러다, 갑자기 웬 유저가 하나 접속하더니
방 전체의 핑이 불균형을 이루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캐릭터들이 움직이질 않았고,
그저 채팅만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갑작스러운 렉에 당황한 유저들은
점차 사정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방장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빨리 방장 나가라. 렉 심하다, 웬 녀석이 들어와서 렉걸려"
라고 하며 욕지거리를 퍼붓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점점 묘하게 조성되어 가는 가운데,
방장이 바뀌었다.
그러더니 기존의 방장은 방에서 나갔고, 렉은 줄어들었으며,
새로 들어온 그 유저에게로 방장이 이전되었다.
새로 들어온 방장이 이런 말을 했다.
"와! 님, 그 총 뭐예요? 한 번만 빌려줘요"
"와 요새는 좀비들이 버니합을 너무 잘한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카온을 접다가 들어온 사람이나
카온을 처음하는 사람의 말투였다.
흔히 말하는 양민 말이다.
그런 방장에게 냉철하게 대했던 방의 유저들.
방장은 시무룩해졌고, 점차 지루해했다.
"요즘의 좀비 모드는 너무 어려운데.."
그러던 중, 변수가 일어났다.
갑자기 캐릭터들이 한 곳에 모여지더니
기존의 무기는 모두 사라지고
각자 기본 무기를 들고 있는것이 아닌가?
모두 M249나, M3, AK-47등 베이직 무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갑작스런 이러한 상황에 당황한 유저들은
또다시 분노를 터뜨리며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고
방장은,
"좀비를 가장 많이 잡는 유저가 아니라,
서로 힘을 모아 생존해 내는 것이 좀비 모드때의 마음가짐이 아닌가요?"
라고 말을 했고, 게임 캐릭터들도 다시 움직이게 되었다.
지금 와서 되돌이켜보면, 아무래도 방장은 핵이나 버그를 사용한 것 같은데,
나로써도 처음보는 타입의 유저였고, 딱히 무슨 일을 하려는 의도도 보이질 않았다.
처음에는 유저들이 익숙하지 않은 무기들을 써서
숙주들은 계속 떨어진 인간들을 속절없이 잡아냈고
감염된 좀비들도 흩어진 인간을 손쉽게 감염시켰다.
인간들은 불만을 계속 표출했고, 방장은 그저 조용히 있었다.
그러다가 몇라운드가 지나자,
유저들의 행동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
뒷뜰이나 앞뜰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았던 이들이,
과거의 영광의 자리였던 침실이나, 지하실, 또는 화장실에 모여들었다.
한 두명 모이던 것이, 어느새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침실에 몇명, 지하실에 몇십명, 화장실에 몇명이 가득차는 상황도 일어났다.
ㅡ이스테이트 맵을 해본 유저들은 알다시피, 옛날의 이스테이트는 최대의 명당 맵이었다.
좀비들도 이제는 인간을 섣불리 감염시킬수가 없게되자,
숙주들이 흩어진 감염된 좀비들을 모아, 명당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어떤 라운드에서는 좀비들이 인간을 전부 감염시키기도 하고,
어떤 라운드에서는 인간들이 좀비들에게서 생존하기도 했다.
차츰, 인간들은 좀비에게 감염되지 않고 끝까지 공격을 막아내게 되자
기쁨의 탄성을 질렀고, 심지어는 마이크로 환호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도 있었다.
유저들은 이제 하나,둘 방장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방장은 그저, "과거든 미래든 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들의 마음은 똑같은 것 같네요" 라고 말했을 뿐이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방장은 방에서 나갔다.
방 인원수는 어느새 32명방으로 가득 차 있었고,
우리들은 무기제한이 풀려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캐쉬무기나 나타나이프를 사용하려 들지 않았고,
좀비들도 계속 일반좀비들이었다.
감염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계속 명당을 구축했고
좀비들도 희생해가며 인간들을 감염시켰다.
나는 이때, 큰 깨달음을 얻었다.
예전의 좀비 유저들과, 지금의 좀비 유저들은 다를 바가 없다.
그저 모드의 변질과 좀비들의 다양성으로 인한
개인적인 플레이가 바뀐 것뿐.
이제 나는 이해한다.
왜 그때는 유저들이 한 마음이 되어 좀비들의 습격을 막아내려하고,
생존해내면 그렇게 기뻐했으며,
좀비가 되면 아쉬워하면서 다음 라운드를 기약하고,
숙주의 명령을 따라 뭉치고, 두려워하지않고 돌진하며,
자신을 희생해서 전체를 위해 애썼는지 이해한다.
점차 좀비 모드의 최창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서로를 위해 플레이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유대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준 유저들.
즐거웠다. 정말로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좀비 모드의 즐거움을, 이 마음을 다른 카온유저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과거에서 온 남자. 그로 인해 나의 기존 관념이 바뀌었고
그때 당시의 나는 이 좀비모드 - 이스테이트에서 플레이한 모든 것을 기록해 남기고 싶었다.
이 사건은 일반서버 2 - 18 에서 일어났으며,
나는 그 사건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것이, 내가 일반서버 2 - 18에서 좀비1 클래식 모드를 개설한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과거에서 온 남자. 나는 그가 기존의 틀을 왜곡했더래도
나는 그의 생각과 그의 마음가짐을 본받으며
그를 계속 기억할 것이다.
- '철학을믿지않았다' 저서 中 편집하여 집필